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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의 확장과 퇴행

김영태

한국사진의 확장과 퇴행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한국사진은 지난 10 여 년 동안 급속도로 확장되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는 사진 갤러리가 서울과 경기도에만 10 여개가 생겨났고, 사진전시도 급속도로 많이 늘어났다.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사진전문 갤러리에서만 사진을 다루지 않고 기존의 상업화랑에서도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했다. 작품판매도 일부 중견사진가와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서 사진작품시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작가들의 활동공간도 1960년대 후반 이후에 출생한 사진가들의 경우 과거 선배사진가들과 비교해서 크게 확장되어 사진계 뿐 만 아니라 미술계 전반에 걸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작품의 내용과 표현양식도 그 이전의 사진가들과는 많은 차별화된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직관적이기 보다는 개념적이고 전통적인 사진의 문법을 따르기 보다는 동시대미술의 맥락에서 작동하는 사진작업을 한다. 이들 중에는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진가들이 전혀 염두에 두지 못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작가도 있다. 아트 페어는 과거에는 미술작품견본시장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 못했지만 미술시장이 확장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미술행사다. 40대 이하 젊은 사진가뿐만 아니라 50대 이상 기존의 사진가 중에서도 일부 사진가들은 아트 페어에 참여했다. 또 사진행사뿐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과 같은 국제적인 미술행사에도 일부 사진가들은 초대받아서 참여한다. 이처럼 2000년대 한국사진의 두드러진 특징 중에 하나가 사진가들의 활동영역 확장이다. 


 사진가들의 작품의 내용과 활동영역에만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남국제사진페스티벌, 동강국제사진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대구사진비엔날레,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전주포토페스티벌, 경남국제사진페스티벌 등 국제성을 표방한 사진행사도 많이 늘어났다. 공적인 사진행사만 개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그넘 사진전, 브레송 사진전, 살가도 사진전, 로버트 카파 사진전, 마틴 파 사진전, 유셉 카슈 사진전, 퓰리처상 수상작 전시 등 상업적인 수익을 위한 전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진전시가 산업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금융투자회사가 투자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사진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었고, 대중들과 친숙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현상이다.  


 사진가들을 위한 상과 작가지원프로그램도 많이 늘어났다. 동강 사진상, 최민식 사진상, 다음 작가상, 일우 사진상, 상상마당 스코프, 아마도 사진상 등 과거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상제도와 작가 지원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이외에도 다음주니어사진페스티벌, 미래작가상 등과 같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졌다. 또 기존의 미술상을 사진가들이 수여하는 경우도 있고, 상업 화랑도 신진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공모를 할 때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선정한다. 이처럼 사진은 예술제도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사진전공자들만 사진작업을 하지 않고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들도 사진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전공자들 보다도 더 주목받은 작가들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고 대중들과 친숙해지면서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또한 일반인들을 위한 사진 강좌도 대학의 평생 교육원을 비롯하여 여러 예술아카데미에서 많이 개설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지털카메라가 패션용품처럼 일반적으로 빠르게 보급되었다. 카메라가 폭넓게 대중화되었고 사진 찍기가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매김했다. 이와 더불어서 사진의 사회적인 관심과 위상도 높아졌다. 이처럼 사진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바르게 사회적으로 확장하고 대중들과도 친숙한 매체가 되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상황이 나빠지고 미술시장이 위축되면서 미술시장에서의 사진의 비중이 급속도로 축소되었다. 또 사진전문 갤러리도 많이 폐관되었고, 사진전시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에 미술시장이 일시적으로 활기를 찾으면서 사진전시도 늘어나는 듯 했지만, 그 후로는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사진가들의 활동영역도 더 이상 넓혀지지 않고 축소되었다.  


 2000년대부터 사진이 확장되면서 전업사진가를 표방하는 작가들도 등장했고 활동영역도 폭 넓어졌다. 이 시기부터 한국사진계는 과거보다 좀 더 세분화된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아마추어 사진가들과 프로사진가들의 구분이 모호했지만 분명하게 구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작품의 내용과 활동영역에서 차별지점을 보였다. 프로사진가들은 아마추어사진가들과는 다르게 대상중심적인 작업이 아닌 좀 더 개념적인 작업을 한다. 또한 전업 사진가를 지향한다. 작가, 사진교육자, 전시기획자, 비평가 등의 구분도 분명해졌다. 사진가들의 활동공간에 따라서 작가들의 위상도 구분되어지고 있다. 사진계 내부에서만 활동하는 사진가들이 있는가 하면, 미술계 전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대부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거나 예술에 대한 개념이 정교하지 못한 작가들이다. 작품의 완성도 때문에 미술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해당된다. 한국사진에서는 대중적인 저널리즘사진이 다큐멘터리사진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미술계 전체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미학적이기보다는 대중적이고 직절화법에 의존하는 작업을 한다. 상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학적인 것과 거리감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후자에 해당하는 작가도 일부 작가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감각과 상상력이 부족하고 개념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미술대학 출신의 작가들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미술작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활동영역이 한정되어 있고 작가로서의 성장가능성이 그다지 희망적이지 못하다.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고 개별 작가들의 마인드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동시대미술의 지형에서는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개별 작가들도 단일매체를 사용하기 보다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진계 내부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서 보수적이고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르를 떠나서 폭 넓은 활동을 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세력을 구축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작가들이나 이론가들도 있다. 또 상업적인 이유로 인하여 아마추어 사진가를 프로사진가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진갤러리 뿐만 아니라 한미사진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등 사진전용 전시장도 생겨났다. 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을 비롯한 작가 지원제도도 늘어났다. 그런데 이들 전시공간과 제도들은 동시대 미술의 경향을 반영하여 운영되기 보다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객관적인 관점이 아닌 개인적인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것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수상작품이나 전시작품들이 대부분 다큐멘터리사진이나 스트레이트포토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사진문화를 새롭게 이끌기 보다는 퇴행적인 현상을 낳고 있다. 수상제도와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동강국제사진제를 비롯한 사진행사들도 동시대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기 보다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9월에 개최될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전시규모만 축소된 것이 아니라, 전시주제와 작품의 내용이 비엔날레라는 행사에 부합되지도 않는다. 현대사진의 최전선을 보여주어야 하는 사진비엔날레가 다큐멘터리사진으로 전시작품이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의 콘셉트도 명확하지 않아서 전시의 완성도를 기대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또한 전시작품과 기획자 선정이 주전시를 제외하고는 절차를 무시하여 행사진행의 원칙이 무너졌다. 이 행사는 올해가 5회째로서 안정적인 행사진행이 자리 잡을 때가 되었는데 파행적인 전시준비로 인하여 퇴행적인 결과가 예상되어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한국사진은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적으로 확장되고 위상도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사진계 내부는 과거로의 회귀현상이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것에 몰두하기 보다는 정치적인 행보로 헤게모니를 선점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또 특정기획자를 비롯한 행정가들은 사진문화의 발전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개인의 권력과 사리사욕을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적인 행사를 이용하고 있다. 특히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있어서 공적인 행사가 발전하기 보다는 퇴행했다. 


 사진은 도구예술이다. 또한 시대적인 흐름에 민감한 매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사진계 내부는 경직된 관점으로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은 사진이다’라는 모순된 명제를 바탕으로 사실주의적인 사진을 강요하고 있다. 매체예술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매체의 성격이 변모한다. 그러므로 기록성과 사실성이 사진의 기본적인 특징일 수는 있지만 본질은 아니다. 사진도 현대미술의 여러 표현매체 중에 하나이므로 표현방법은 선택의 문제이지 절대적인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진은 사진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신념을 갖고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행태로 보여 진다는 것에 있다. 한국사진이 좀 더 발전하려면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바탕으로 소신껏 활동하는 이들이 주류가 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사진제도가 작가들의 표현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사진은 사진전공자를 비롯한 사진계 내부인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처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보수적인 태도로 제도를 운영하고 공적인 행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공정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사진문화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사진은 사회적으로 확장되었지만 사진문화는 하향 평준화되고 있고, 자구적인 노력의 부족으로 인하여 산업으로서의 사진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하는 태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토저널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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